거북이일기

[거북이일기] 마음이 가는대로 달린 일요일

기획쟁이 닌자거북이 2023. 5. 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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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길에 꽃가루를 뿌려 주듯이 양옆으로 하얀 민들레 홀씨가 있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원래 혼자 영화를 보려 했다.

밖을 나가려는 순간 2시간 후에 비가 온다는 날씨 예보를 보았다. 순간 느낌이 왔다. 

 

"비가 내리기 전에 달리고 싶다!"

 

영화를 취소하고 러닝 복장으로 환복하고 한강으로 뛰어갔다. 

계획 밖의 행동은 특별한 경험과 기억을 선사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떠한 시간에 쫓기지 않고 가고 싶은 만큼 여유롭게 뛸 수 있다!

 

가볍게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바람에 날리는 어마어마한 민들레 홀씨가 나의 눈코입을 간지럽힌다. 

몸이 간지러운 것처럼 내 마음도 간질거렸다. 

 

처음에 생각한 지점에 도착하였다. 뭔가 아쉬웠다.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좀 더 뛰어갔다. 

한강공원에서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지금의 러닝이 축제처럼 특별함을 느낀다. 

 

돌아가기 아쉬워 더 뛰었다. 

항상 뛰던 거리보다 더 뛰다 보니 처음 보는 풍경들이 나타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갈대. 나 역시도 흔들흔들 기분이 좋다. 

 

아무도 없고 오직 나만 이 숲을 달리고 있다. 

혼자 양팔을 만세 하듯이 올리며 뜀박질에 속도를 올린다. 와!

땀으로 몸은 끈적거리지만, 내 마음만은 그동안의 묵은 때가 씻겨지는 느낌이다. 

순간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경이로워진다. 

 

더 뛰었다. 

캠핑장, 양궁장...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장소의 존재를 알게 된다. 

내가 지금 처음 발을 디딘 이곳의 풀과 꽃, 나무들 또한 '나'의 존재를 알게 된다. 

숨이 가빠져도 나는 더 빠르게 뛰고 싶었다. 나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

 

심장 박동소리, 폐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숨, 그리고 답답했던 머리를 식히듯 흘러나오는 땀.

이 세상에 나의 존재를 알리듯이 나의 몸은 반응한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삶이란 선물을 받은 것에 소중함을 깨달아 감사함을 느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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