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하루기록 6

[거북이일기] 마음이 가는대로 달린 일요일

기분 좋은 하루였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원래 혼자 영화를 보려 했다. 밖을 나가려는 순간 2시간 후에 비가 온다는 날씨 예보를 보았다. 순간 느낌이 왔다. "비가 내리기 전에 달리고 싶다!" 영화를 취소하고 러닝 복장으로 환복하고 한강으로 뛰어갔다. 계획 밖의 행동은 특별한 경험과 기억을 선사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떠한 시간에 쫓기지 않고 가고 싶은 만큼 여유롭게 뛸 수 있다! 가볍게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바람에 날리는 어마어마한 민들레 홀씨가 나의 눈코입을 간지럽힌다. 몸이 간지러운 것처럼 내 마음도 간질거렸다. 처음에 생각한 지점에 도착하였다. 뭔가 아쉬웠다.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좀 더 뛰어갔다. 한강공원에서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지금의 러닝이 축제처럼 특별..

거북이일기 2023.05.01

[거북이일기] 꾸준한 삶

J형인 거북이는 하루 생활 중 꼭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항이 있다. 출근길 독서 회사 점심은 샐러드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저녁에 러닝 or 산책 (하루 만보 채우기) 기름지게 먹은 다음날은 건강하기 먹기 처음에는 지키기가 어려웠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몸이 피곤하고 침대에 누워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출근길 역시 감기는 눈을 참으며 책을 읽는 게 어려웠다. 처음부터 목표를 크게 잡으면 부담감을 느끼는 거북이는 실천하기 쉬운 수준으로 목표를 잡았다. 예를 들어 출근길 독서는 지하철에 앉아 책을 펴서 읽기만 해도 성공이고, 러닝 또는 걷기 운동은 집앞 동네 1km만 걸어도 성공으로 잡았다. 달성하기 쉬운 목표로 잡으니, 실천하는 게 부담스럽기보다는 즐겁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목표..

거북이일기 2022.07.06

[거북이일기] 콩국수

여름만 되면 거북이가 애타게 찾는 음식, 바로 콩물에 소면을 넣은 콩국수이다. 거북이가 알을 깨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끼 거북이였을 때, 엄마와 아빠 거북이는 직장으로 인해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 무더운 여름 무렵, 입맛도 없고 기운도 없던 날이었다. 할머니가 직접 갈아서 만드신 서리태 콩국수가 거북이 인생 처음으로 맛 본 콩국수였다. 당시 콩을 싫어 하였음에도, 수저로 떠서 처음 맛보았던 콩물은 너무나도 고소했다. 고소하면서 시원한 콩물을 끝까지 들이켜 마셨다. "잘 먹네 우리 손녀"라면서 뿌듯해하신 할머니의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남는다. 성인이 되고나서 할머니가 해주신 서리태 콩국수가 너무나 먹고 싶지만, 이제는 연로하신 할머니께 부담이 될까 봐 말을 꺼내진 못한다. 서울에서 홀로서기를..

거북이일기 2022.06.27

[거북이일기] 장녀(長女) 거북이

거북이는 안정적이고 화목한 가정에서 첫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두 분 다 학교 교사셨고, 심지어 할아버지마저 학교 교감선생님이셨다. 그런 거북이는 유년시절부터 주변에는 늘 '선생님 첫째 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은 아버지와 같은 학교 선생님의 아내분이셨고, 초등학교, 중학교 담임선생님은 대부분 부모님의 선후배 관계이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는 '선생님 딸' 이미지를 주변인들에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공부, 예의, 사회성 등 '올바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시험을 잘 보면 스스로 뿌듯함을 얻는 것도 있지만, 부모님과 주변인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은 게 우선이었다. 성인이 되서야 고친 안 좋은 버릇이 있는데, 바로 문제집 채점할 때 틀린 답임에도..

거북이일기 2022.06.23

[거북이일기] 바다 밖인데도 짠내나는 육지의 삶

6년 전 인턴이었던 거북이의 바람이 있었다. "지금 여기서는 짠내나는 월급이지만, 30살에는 여유롭게 살 수 있겠지?" 7년 차, 과장이 된 거북이는 아직도 짠내를 맡고 산다. 인턴에 비해 연봉은 3배로 늘었으나, 여전히 통장 잔고는 같은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전용면적 6평의 오피스텔 월세, 더 넓은 세상 보겠다고 다녀온 대학원 학자금 대출, 그래도 노동하는 이 몸뚱이를 위한 보험료, 공과금, 통신비 등. 다 빼고 나면 정말 한달 동안 뭐했나 싶을 정도의 금액이 남아 있다. 거북이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태생이 짠 바다에서 태어난 거북이기에 결국은 짠내를 유지하며 살아야 함을. 그리고 바다든, 내가 지금 있는 육지든 어디든 짠내 나는 '나트륨'이 있어야 생명체는 살 수 있음을. 거북이는 다짐하..

거북이일기 2022.06.15

[거북이일기] 유일한 회사 동지가 떠났다.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한 지 어언 4개월 차. 닌자거북이는 과장이지만 대표 포함 16명인 작은 회사에서 사실상 막내이다. 대기업에서 스핀오프 된 스타트업이라고 하지만, 기획팀 정원이 팀장 포함 3명이었다. 심지어 팀장님은 다른 팀 겸직하시고 계시는 중. 그렇지만 그런 닌자거북이는 4살 위의 과장인 팀원이 있어 든든했다. 의지도 많이 했고, 서로 힘든 일이 있으면 끊임없이 공감하고 위로했다. 그런 팀원분이 오랫동안 고민했던 퇴사 의지를 밝히셨고, 오늘 퇴사했다. 닌자거북이는 누구보다 그녀의 행복과 꽃길을 응원하기에 최대한 웃으며 배웅했다. 퇴근 후 지하철 역까지 그녀와 농담도 나누면서 마지막엔 손도 꼭 잡고 인사했다. 그러고 거북이는 어김없이 지하철에 콩나물시루처럼 다른 회사원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실감..

거북이일기 2022.06.09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