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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면서도 질긴 인간의 삶을 그린 소설로 오늘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
저자: 위화(余華)
출판: 푸른 숲
번역: 백원담
출간: 2007년 6월 28일
지난 5월, 번아웃으로 잠 못 이뤘던 주말 밤. 잠이 오지 않자 리모컨으로 채널을 무심코 넘기는 중 우연히 EBS 채널에 리모컨 버튼을 누르는 것을 멈췄다. 바로 중국 소설가 위화의 <위대한 수업> 프로그램이었다. 중국에 대한 역사, 이로 인해 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중국의 청년과 한국과의 관계 등을 주제를 다루는 그의 강연은 중국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여유가 있는 주말에 주로 도서관을 찾아간다. 위화의 강연을 보고 나서 주말이 오기까지 1주일 동안 마음 한편이 설렜다. 그가 쓴 소설은 어떤 내용일까. 나에게 어떤 감동을 줄까. 사실 나는 문학을 찾아서 볼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계발 / 경영경제 / 에세이에는 관심이 많지만, 소설이나 시는 '배운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상대적으로 덜 찾게 된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인생>이란 소설을 대출하고 1주일 동안 출퇴근 시간 동안 재미있게 읽었다. 출간한 지 2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흐른 책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푹 빠져 해당 소설을 읽었다. 시대적 배경 또한 죽고 내전과 대약진 운동이 있는 1940~1970년대를 기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실 중국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푸구이'의 삶에 대해 공감하면서 집중하면서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은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점이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부유한 지주의 외동아들이던 푸구이는 도박꾼에 의해 하루 만에 전 재산을 잃으며, 소작농이 된다. 그의 인생의 굴곡은 한 번이 아니었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시내로 가던 중 국공내전에 끌려가 결국 임종을 보지 못하였고, 집이 가난하여 돈을 벌고자 헌혈하러 간 어린 아들은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뿐만 아니라 아내와 말 못 하는 딸까지 먼저 보내면서 그의 인생이 얼마나 기구한지 한탄하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는 소설 제목이 <인생>이지만 중국에서는 제목이 <活着: 살아가는 자>이다. '살아가는 자'라는 제목이 딱 이 소설의 스토리와 너무 맞아떨어졌다. 한편으로는 인생보다는 더 공감 가는 제목이었다. 인간은 태어나서 다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많은 고난과 시련을 감내한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행복의 순간이 있는 만큼, 아픔의 순간도 맞이한다. 아프면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들, 나 역시도 포함된다.
이전에 친척의 죽음을 맞이하고 발인까지 지켜보는 과정을 인생 처음으로 겪은 적이 있다. 워낙 나에게는 충격적인 일로 다가와 한동안 '허무주의'에 빠졌었다. '어차피 사람은 죽고 세상에 사라질 텐데, 아등바등해야 하나, 굳이 열심히 살아가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며 방황하였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생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순간'에 집중하며 최대한 즐기는 삶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오늘 하루도 평범하다. 평범하게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지하철에 몸을 맡겨 회사로 향한다. 회사에서 무미건조하게 일하다가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기계 같은 삶이지만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내 감정과 마음에 집중하다 보면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지 않을까?
해당 소설을 바탕으로 1994년 영화 <인생>이 개봉되었고,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하였다. 한국에서 시청가능한 OTT는 웨이브만 있어, 웨이브를 구독하고 있는 분들은 한번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모로 마음에 큰 감동을 주었던 소설. 고전소설이지만 안 읽으신 분들께 강하게 추천한다. 조만간 영화도 시청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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